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Arcaea/스토리/Act I-III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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=====# F-1 #===== >단 한 순간, 세계가 소녀를 기억했다. 그걸로 충분했다. > >새하얀 불꿏에 감싸인 붉게 물든 소녀, 히카리를 향해 이 세계가 결의를 표하듯 머리를 조아렸다. > >마음대로 다룰 수 있는 불꽃을 손에 넣은 히카리. 어째서 이렇게 된 건지는 본인도 몰랐다. 두 소녀 간의 결투는 멈췄다. 위에, 하늘에 변화가 생겼기에. > >이미 사라진 줄로만 알았던, 죽음을 눈앞에 두고서도 공포를 느끼지 않는 마음을 히카리가 다시 떠올렸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다. > >두려워하지 않을 뿐, 죽고 싶지는 않았다. 히카리는 죽음에 전력으로 저항했다. >---- >아무것도 남지 않는 계곡, 찢어발겨진 하늘 아래. 소녀의 핏방울이 뚝, 뚝, 하고 떨어지나 땅에 닿지는 않았다. > >이곳에서 보이는 것은 오로지 탑 하나. 텅 빈 교회의 종탑이 이곳에 균열이 있다고 알리기라도 하듯 우뚝 서 있었다. > >이 투쟁의 결말이 다가온다. 그것만은 확실했다. >이것이 운명이었던 걸까? >---- >별빛이 하늘을 수놓았다. 장막은 찢어지고, 그 뒤를 채우던 어둠은 빛으로 반짝였다. > >히카리는 이를 알고 있었을까? >안다 해도 의미가 있는 걸까? > >그 모든 풍경이 느려지다가, 이윽고 멈추었다. 무너지던 하늘이 속도를 늦추다가 멈추었다. > >히카리의 피가 뜨겁다. 눈은 멍하다. > >타이리츠는 알고 있다. 저 멍한 눈은 “종말”을 예언하고 있다. 타이리츠는, 알고 있다. > >바싹바싹 타는 혀와 목. >타이리츠는 얼마 남지 않은 침을 삼키고서 히카리의 눈을 바라보았다. > >저 눈이 말하는 미래를 거부하리라 맹세하는 데에는 말이 필요 없었다. >---- >히카리의 마음을 위협하는 것은 ‘공허함’. 하지만 눈에 비치는 종류의 공허함이 아니었다. 그 마음속에서 또 하나 피어오르는 것은 ‘의지’. 결코 사라지지 않을, 결코 굴복하지 않을 삶의 의지가 히카리의 영혼에서 꿈틀댔다. > >살아남으리라 맹세하는 데에는 말이 필요 없었다. > >타이리츠가 용과 같이 매섭게 전진했다. > >세계가 그녀를 붙잡았다. 마치 사나운 맹수처럼 타이리츠는 매섭게 저항했다. 공기 그 자체와 같은 어떤 기묘한 힘이 그녀의 피부를 찢어발기는 듯했다. > >그럼에도 타이리츠는 앞으로 나아갔다. >저기 서있는 진짜 “짐승”을 향해. >저 “짐승”이 고개를 돌렸다. >---- >세계가 옆으로 뒤집어지는 듯했다. 순식간에 타이리츠는 땅으로 고꾸라졌다. 유리 조각이 시끄럽게 쨍그랑대며 땅에 떨어져 깨지고 부서지고 흩날렸다. > >한쪽 팔에 감각이 없었다. 정신을 집중해 다시 감각을 되찾았다. 타이리츠는 무릎으로 땅을 기었다. >발밑의 조각에서 새하얀 불의 기둥이 반짝, 하고 솟아오르는 순간, 검은 소녀는 뒤로 날아갔다. > >대지가 불꽃에 휩싸였다. > >다시 세상이 뒤집혔다. > >뒤틀리며 꿈틀대는 속을 애써 억누르고, 타이리츠는 자세를 고쳐잡아 섰다. >---- >그리고 아무런 전조도 없이, 눈앞에 서 있었다. >어깨너머로 창백하게 타오르는 색과 같은 불꽃을 목도리처럼 두른 백색의 소녀가. > >다시 한번 타이리츠는 후퇴했다. > >유리 조각이 날아올라 거대한 새장을 이루며 타이리츠를 가두었다. 타이리츠의 몸이 잠시 떨리다가, 완전히 움직임을 멈추었다. > >타이리츠는 히카리의 눈을 바라보았다. 히카리는 타이리츠를 보지 않았다. 자신이 만들어낸 새장만을 바라보았다. > >그리고, 무언가를 속삭였으나... > >검은 옷을 입은 소녀가 듣고 싶은 말은 없었다. >---- >타이리츠의 손이 거친 유리 감옥을 부수고 히카리의 목으로 날아들었다. 히카리는 고개를 들어 손을 바라보았다. > >그러자 일곱 빛깔의 색채가 일렁이더니, 시간이 멈추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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